마음을 읽는 쇼핑몰 – 08. 자율성 편향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 생텍쥐페리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말썽을 피운 ‘톰’은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는 벌을 받는다. 힘들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던 차에 그 앞을 ‘톰’의 친구들이 지나간다. 순간 톰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낸다. 친구들에게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는 건 너무 재미있는 일’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톰의 말에 ‘긴가민가’ 하던 아이들이 한 번만 칠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톰은 거절한다. 톰이 계속 거절하자, 결국 아이들은 먹고 있던 사과까지 주면서 칠할 기회를 달라고 조른다. 마지못해 페인트 칠을 승낙한 톰.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힘든 기색도 없이 울타리를 열심히 열심히 칠했다고 한다. 스스로 뭔가를 하겠다는 자발성의 발로는 이렇게 힘든 작업도 즐거운 일로 변화시킨다. 

알아서 커라!

tvN 유퀴즈 (출처 : 화면 캡처)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에 가수 ‘이적’의 어머니이자 교육학 학자인 ‘박혜란’작가가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유명가수의 어머니란 타이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들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그녀 만의 자녀교육법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어머니를 회상하는 대목에서 가수 ‘이적’은 이렇게 말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어머니는 어린 자녀들을 위해 한 번도 우산을 들고 데리러 간 적이 없다”라고…, 그러자 박 작가는 “아파트 안에 있는 학교여서 집과 거리가 짧았다. 또 그런 상황이라면 친구 우산을 함께 쓰자고 해야 하는데 만약에 그게 자존심이 상해서 싫으면 집까지 뛰어와서 샤워하면 되는 것“ 이라며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주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그녀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알아서 커라!” 였다고 하니, 자율이 아니라 거의 방임에 가까운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박 작가’는 ‘엄마가 열심히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고 한다. 말로 강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본을 보여주니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성장해 나갔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고 억압을 혐오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본인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살아가고자 한다. 외부의 강제에 따라 살아갈 경우는 감옥에 있지 않아도 감옥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자율성 편향이란?

자유와 속박 (출처 : 픽사 베이)
 

자율성은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키(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이 언급한 개념으로 ‘자신의 상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자율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율성에 대한 제약은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물었다. 상대하기 어려운 환자들? 아니다. 병원 유지를 위한 각종 청구서 처리? 아니다. 그렇다면 세금 관련 서류 뭉치들? 역시나 아니다. 의사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갖고 있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자신의 업무와 일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 중심의 ‘나노사회’,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셀프’라는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 셀프 스튜디오, 셀프케어, 셀프세차장, 셀프 바디 프로필까지… 이러다 개인이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기와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우리’라는 공동체보다 ‘나’와 ‘너’라는 개인으로 세분화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혼술, 혼행, 혼밥, 혼공, 혼영(혼자 영화보기)등 혼자 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2022년을 전망한 트렌드북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나노 사회’의 도래를 이야기했다. 나노 사회(Nano society)란,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적 유대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 즉 나노 단위로 조각나고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나노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개인’이다. 나노 사회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1인칭 중심’이 되어 사회를 바라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과 선호다. 과거에는 나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할 만한 채널, 말하자면 내 목소리를 들어줄 채널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번 돈을 가족이 아닌 내가 만족하는 곳에 쓰는 것, 정해진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가 되었다.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고 회사가 정한 업무방식에서 탈피해 원격근무와 유연근무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과 브랜드는 자유롭고 싶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흥미와 취향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쇼핑몰 운영자라면 공급자의 시각으로 고객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내가 만든 선택지를 강요하지 말고 고객들이 스스로 결정했음에 안도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사항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해지할 수 있는 프로세스 또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사이트 내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해지할 수 있는 ‘출구’를 찾지 못한 고객은 짜증이 극에 달할 것이다. 이는 해지를 넘어 계정 탈퇴 후 쇼핑몰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기는 악플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고객의 자율성이 중요한 시대이다. 

 

‘자율성’을 활용한 8가지 쇼핑몰 전략

쇼핑몰 운영자는 자율성 편향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수집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캠페인, UX 디자인 및 알림 메시지를 이용해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고객이 장바구니 수량, 옵션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

고객들이 장바구니 항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처럼 결제하기 전 최종적으로 구매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언제라도 자신의 선택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고객들은 자율성을 갖게 되고 이것은 결국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진다. 

2. 위시리스트(wishlist) 페이지 제공

모바일 쇼핑이 대중화된 요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마음 편히 쇼핑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일 수도 있고, 쉬는 시간에 짬을 냈을 수도 있다. 급하게 다른 일을 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용자는 보고 있는 상품을 저장해놓고 싶을 것이다.

바로 구매, 장바구니, 위시리스트와 같은 선택 옵션은 자율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쇼핑몰은 이들 저장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어떤 유형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수집된 정보는 푸시 알림을 통해 할인쿠폰을 발송 등 리마케팅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3. 다양한 배송 옵션 제공

복수의 배송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즉각적인 만족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배송시간을 조금이라도 앞 당긴다면 결제 페이지에서의 이탈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4. 매장 픽업 서비스 제공

택배 배송 외 매장 픽업 서비스를 추가 제공하면 고객은 3가지 이점을 얻게 된다. 하나,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 둘, 매장이 주변에 있다면 바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다. 셋, 택배 배송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망실, 손실, 지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5. 소셜 로그인 기능

통계에 따르면 고객 4명 중 1명은 복잡한 회원가입 및 로그인 절차 때문에 웹사이트를 떠난다고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관리해야 할 계정이 너무 많다. 로그인에 지친 현대인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이 제공하는 ‘소셜 로그인’ 기능이다.      

이제 고객들은 수많은 세부 정보를 채우거나 사이트마다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구매 허들을 낮추고 충성고객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6. 장바구니 페이지에 “위시리스트 또는 저장” 버튼을 제공

장바구니에서 상품 리스트를 저장하거나 위시리스트로 해당 항목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언제라도 이전 구매 프로세스로 이동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은 사용자가 어떤 유형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저장된 품목에 대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7. 다양한 결제 수단 사용

여러 결제 수단을 제공하면 고객이 안전하게 느끼고 신뢰할 만한 결제 수단을 선택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 고객이 자주 쓰는 결제수단이 내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없다면 높은 전환율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 될 수 있다.

8. 비회원 결제 기능 제공

‘네이버’와 같은 검색사이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상세페이지로 이동한다. 상품 옵션을 선택한 후 결제버튼을 눌렀을 때, 회원가입 ‘팝업창’이 뜨면 그렇게 짜증이 날 수가 없다. ‘꼭 모든 쇼핑몰에 가입해야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가?’ 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지갑을 닫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매 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면 고객들은 쉽게 지갑을 연다. 우리가 운영하는 쇼핑몰의 구매 프로세스 중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최대한 간소화하는 것이 쇼핑몰 UX의 핵심이다.  

자율성 편향

자신의 상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