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의 끝은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 그 디테일이 사람을 구분합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직장 초년병시절, 싫어했던 스타일의 상사는 ‘빨간펜선생님’ 같은 사람이었다. 토시하나 맞춤법하나라도 실수할라치면 어김없이 능력이 어떻구, 월급받는게 부끄럽지 않냐는 둥 싫은 소리가 터졌다. 열심히 작성한 보고서도 항상 퇴짜를 맞다보니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보다는 초안 수준의 문서를 들이미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디테일하게 컨트롤하면 부하직원은 상사를 피하거나 의존하게 된다.
개발 방법론 중 ‘애자일’ 이란 게 있다. 짧은주기의 개발단위를 반복하여 하나의 큰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즉 통으로 하지 말고 나눠서 빠르게 빌드업(build-up)하자는 거다. 애자일방식이 성공하려면 그래서 협력과 피드백이 중요하다. 협력과 피드백을 통해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빠르게 수정하고 새로 개발하는 게 여러모로 효과적일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 에 의하면 ‘피봇팅’을 잘하는 조직과 기업이 성공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디테일에 악마는 있다!
직장생활도 20년 가까이 되니 이제 나도 나이든 상사가 되었다. ‘들어갈 때 마음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 다더니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바라게 된다. 나는 설렁설렁하지만 밑의 직원들은 알아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읽어보지 않아도 따로 수정하지 않아도 배포하고 진행할 수 있는 그런 보고 내용이었으면 바란다.
물론 오래전 나를 괴롭히던 ‘꼰대 과장’처럼 굴지는 않는다. 큰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다면 약간의 실수는 과감하게 넘긴다. 지나고 보면 빠른 실행이 ‘실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내가 참 좋아하는 ‘봉테일 봉감독’님 한 이야기가 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디테일로 착각하지 말자. 진짜 디테일은 지시받은 사람이 미리 명확하게 알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것을 말한다. 작은 꼬투리를 잡는 것이 아니다.”
맞다! 디테일은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시를 하는 사람도 지시를 받고 결과물을 내는 사람도 모두 진행하는 일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참다는 디테일이라는 말이다.
요즘 계속해서 본인이 작성한 문서, 본인이 진행하는 업무임에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익숙하지 않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르는 용어, 모르는 업무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확인하고 본인이 이해할 수는 있다.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상사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은 애자일도 피봇팅도 아니다. 결국 디테일에 악마는 숨어있고, 감동은 예상 못한 디테일에서 오는 것임을 젊은 친구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