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쇼핑몰 03. 소유 효과 – 제품에 손길이 닿는 순간 의미가 만들어진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내가 산 거니까 평범하지 않아!

10년 이상된 티셔츠가 있다. 빨아도 쿰쿰한 냄새가 날 것 같은데 버릴 수가 없다. 구식 버전의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켜지지도 않고 액정도 깨져 있지만 역시나 쓰레기통에 넣을 수가 없다. 효용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왜 버릴 수 없는 것일까? 

회사 이름도 몰랐던 주식인데 일단 매수하고 나면 그렇게 특별해 보일 수가 없다. 내가 선택한 기업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가격에 비해 항상 높다. 이는 하락장에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손절’하기 힘든 이유가 된다.  

주식투자자는 언제나 채권 투자자보다 미래를 장밋빛으로 본다. 나라 경제, 기업경기가 좋아야 내가 들고 있는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내일이라도 지구가 망할 것 같이 경기침체를 예상한다. 그래야 내가 들고 있는 채권값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강남 아파트도 아닌데 내 집은 특별하다. 특별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거래량이 줄고 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매도 구매한 가격 이하로 집을 내놓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소유 효과, 손해보지 않기 위한 최선의 전략!

 

이처럼 우리는 일단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이 생기는 만큼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와 관련해 ‘넛지‘를 쓴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는 그의 동료 카너만 Kahneman, 네츠치 Knetsch와 함께 실험 하나를 진행했다. 

그들은 심리학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에는 대학의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나눠 줬고, 다른 B그룹에는 현금을 나눠 주었다. 컵을 받은 A그룹 학생들에게는 얼마를 받으면 팔겠냐고 물었고 현금을 받은 B그룹에게는 얼마면 대학로고가 그려진 컵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물었다. 결과가 어땠을까? 

단 몇 분 밖에 되지 않은 시간에도 컵을 받은 A그룹의 경우 평균 5.25달러를 받고 팔겠다고 한 반면, 컵을 사려는 B그룹의 평균 가격은 2.75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물건을 놓고도 소유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의 가격에 2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탈러 교수는 이와 같이 일단 무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을 ‘소유 효과’라 불렀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사실 선사시대 우리 인류에게 ‘교환‘이라는 행위 자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내 소유의 물건을 상대방이 제대로 평가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보다 힘이라도 약한 상황이라면 불평등한 교환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피치 못하게 교환을 할 경우가 있을 때에는 내 물건의 가치를 되도록이면 높게 부르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일이 된다.

 

제품에 손길이 닿는 순간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소유 효과가 너무나 강력해 물건을 직접 가지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자, 백화점에 갔을 때를 상상해보자. 숍 안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옷가게 점원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안 사도 되니까 한 번 입어보시기만 하세요

안사도 된다‘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판매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제품에 손길이 닿고 옷감의 감촉을 피부가 느끼는 순간, 고객이 그 옷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만지기만 해도 소유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이다

 

애플 스토어에 가본 적이 있는가?

애플스토어 (출처 : apple.com)
애플스토어 (출처 : apple.com)
 

‘애플 Apple’의 쇼룸에서는 방문객들이 시간제한 없이 모든 제품을 만지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스토어 직원들은 누구에게도 나가라 말하지 않는다. 한국의 ‘전자랜드’, ‘하이마트’처럼 점원이 적극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도 흔하지 않다. 애플의 쇼룸은 지극히 개방적이며 자유롭다. 판매가 목적인 매장에서 애플은 왜 이런 전략을 쓰는 것일까? 애플은 만지고 경험하는 상호작용이 제품을 내 것이게 만들고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게 함을 이미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꼭 필요한 실감형 콘텐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CT 기업들이 ‘메타버스‘란 광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기술이 있다. 바로 가상현실증강현실확장 현실이 그것이다.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기술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실제 하는 것과 같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이다. 사실 ‘고객 경험’이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에서만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마케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고객 경험’이다.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구매하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고객 경험이 만들어지고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에서 마치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실감형 콘텐츠‘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트렌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출처 :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출처 :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예를 들어 2021년 기아는 웹사이트를 리뉴얼하면서 비대면 시승 체험을 할 수 있는 VR 드라이빙센터를 선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시승이 어려워진 점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차량의 인도시점이 늦어진 상태에서 가상으로 시승체험을 할 수 있게 한 드라이빙 센터는 오픈 당시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시승 체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웹사이트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사전예약 페이지까지의 전환율도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소유 효과’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전략

1. 체험 마케팅

소유 효과 - 서브스크립션 (출처: 스티치 픽스 홈페이지)
소유 효과 – 서브스크립션 (출처: 스티치 픽스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유 효과‘를 이용해 할 수 있는 프로모션 중에 하나는 ‘체험 마케팅’이다. 해외에서는 ‘홈 트라이온’ (home try on) 이란 용어로 잘 알려진 ‘체험 마케팅’은 일단 소유한 물건을 자기화하려는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역이용하는 판매전략이다. 무료로 착용해볼 수 있는 안경을 5개나 보내주어 이슈가 되었던 ‘와비 파커’나 인공지능과 스타일리스트가 골라준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은 옷은 무료로 반품할 수 있게 한 ‘스티치 픽스’가 그 예이다. 

스티치픽스의 경우 대부분의 고객들이 5벌 중 한벌 이상은 꼭 구매한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과 실력 있는 스타일리스트의 개인화된 제안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이겠지만 착용 후 발생하는 소유 효과 또한 구매로 이어지게 한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2. 위시리스트(찜하기)

 

어린아이들이 어떤 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하는 행위가 대상에 침을 바르며 하는 ‘‘이다. 돈을 낸 것도 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닌데 먼저 ‘찜’ 한 아이가 그 물건을 소유하게 된다. 단순히 찜하는 것만으로도 ‘소유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온라인에 적용한 것이 ‘위시리스트 기능’이다. 위시리스트에 제품을 담은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누구나 시간과 돈이 있다면 물건을 바로 구매하겠지만 가격비교가 익숙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위시리스트나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고 고민하는 게 보통이다. 이때 위시리스트 기능은 ‘책갈피’와 ‘즐겨찾기’와 같이 고객 편의를 향상할 수 있다. 더불어 위시리스트에 상품을 담은 고객에게 푸시 알림을 통해 쿠폰을 보낼 수 있고, 메일을 통해 할인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때문에 위시리스트는 반드시 내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추가해야 할 기능 중에 하나다. 

 

3. 인터랙티브 제품 경험 – 360도 체험

매물을 360도로 볼 수 있는 직방 앱 (출처 : 직방 애플리케이션)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세한 터치만으로도 소유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PC 또는 모바일 화면상에서 대상 상품을 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대상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앱인 ‘직방‘은 사용자가 모든 각도에서 인테리어를 손으로 조작하면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직접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집의 내부를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치 내 집이 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4. 가상체험 – 이케아

출처 :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이케아는 실내 인테리어를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은 ‘VR 기능’을 활용해 가구 인테리어 관련 상품 구매를 혁신하고 있다. 이 ‘VR앱’에서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신 만의 방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실제 나의 방에 다양한 이케아 제품을 들여놓은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고 마치 내 소유가 된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5. 커스텀 서비스, 개인화된 온라인 쇼핑 서비스

커스텀 서비스 (출처 : 반스 홈페이지)
커스텀 서비스 (출처 : 반스 홈페이지)

 

최근에 온라인 쇼핑의 한 트렌드가 있다. 그것은 고객이 직접 디자인하는 ‘커스텀 서비스’다. 나만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해 만드는 ‘커스텀 서비스’는 몰개성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다름’을 추구하려는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캐주얼 스니커즈를 판매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반스’는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고객이 직접 자신의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커스텀 서비스 메뉴(www.vans.co.kr/article/vans-customs/)’에서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패턴, 소재, 이미지,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고 최종 디자인된 제품을 3D 형태의 결과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의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이 탄생하는 순간인 것이다. 원한다면 해리포터, 플라워, 강아지와 같은 패턴 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이미지를 패턴으로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6. 손가락 이미지 커트롤

컬러칩, 이미지 선택 (출처 : 반스 홈페이지)
컬러칩, 이미지 선택 (출처 : 반스 홈페이지)
 

‘소유 효과’를 위해 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가상체험‘이나 ‘커스텀 서비스‘와 같은 신기술을 반드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초기 사업을 시작하는 ‘스몰 비즈니스 사업자‘에게는 과한 서비스 일 수 있다. 이를 대치할 만한 효율적인 대안은 다음과 같이 버튼과 손동작을 사용하여 고객이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이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클릭을 통한 제품 이미지 최소화, 최대화 기능.

엄지와 검지를 이용한 이미지 확대 및 이동 기능.

컬러칩을 통한 색상변경 시 상품 이미지 동시 변경 기능.

 

‘소유 효과’
일단 무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성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