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넣기 어려울수록 욕망한다! – 01. 희소성의 원칙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어떤 물건을 몹시 탐내도록 만들려면, 그것을 손에 넣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면 된다.

– 마크 트웨인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한정판의 유혹, 래플 마케팅

출처 : 구찌 홈페이지
출처 : 구찌 홈페이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돈이 있어도 당첨이 되어야 구매 가능한 ‘래플(Raffle)’ 마케팅이 인기다. ‘래플(Raffle)’이란, 말 그대로 ‘추첨식 복권’이라는 뜻이다. 일정기간 동안 응모자를 받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구매자격을 주는 판매 방식을 말한다. 일명 ‘럭키드로우’라고도 불린다.

국내 ‘래플’ 마케팅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해외 스포츠 브랜드와 무신사, 29cm 등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다. 나이키는 명품 브랜드인 ‘디올’, ‘루이뷔통’ 등과의 협업으로 프리미엄 스니커즈를 선보였으며,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도 협업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요즘에는 ‘래플마케팅’이 스포츠, 패션뿐 아니라 가전, 화장품, 음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가는 모양새다. 2021년, 삼성은 갤럭시 7 플립과 톰 브라운 협업 제품을 ‘래플’ 방식으로 판매했고 오픈 2시간 만에 완판이 되는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래플(Raffle) 마케팅’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희소가치가 높은 명품이나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무작위 방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오로지 ‘운’에 의해서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말하자면 ‘복권 당첨일’을 기다리는 설렘을 판매에 적용한 것. 그래서 젊은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브랜드에게 ‘래플마케팅’은 중요한 프로모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희소성, 금지할수록 욕망한다!

사실 ‘희소’하다는 것은 ‘희귀’하다는 말과는 다르다. 희소(scarce)는 절대적인 양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갖고 싶어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개념이다. 아프리카 사막여우의 ‘똥’은 희귀하지만 사람들이 가지기를 꺼리기 때문에 ‘희소’한 자원은 아니다. 반면 희귀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소유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희소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기 쉬운지 어려운지 여부에 따라 희소성의 크기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금지할수록 욕망한다‘라는 심리적 반발 이론을 주장한 심리학자 브렘(Jack Brehm, 1928-2009)은 그의 저서, ‘심리적 반응 이론 Theory of Psychological Reactance’에서 ‘희소성’과 관련된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실 방에는 두 명의 어린아이와 두 개의 동일한 장난감이 있다. 하나는 쉽게 집을 수 있는 위치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앞을 유리막으로 막아 그것을 돌아가야만 장난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눈치챘겠지만 두 아이 모두 유리막 뒤편에 있는 장난감에 더 큰 애착을 보였다. 

희소하다는 것은 무언가 제한적이거나 손에 쥐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희소한 물건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가치 있는 것이라 평가한다. 

 

경기가 나쁠수록 희소성에 끌리는 이유

불황의 시기는 마치 원시인이 ‘사바나’ 한가운데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만약 우리가 원시인이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와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면 ‘손에 넣기 어려운 것’에 대한 선호는 ‘선택의 제1원칙’이 된다. 더욱이 그 희소한 자원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데 더없이 중요한 것이라면 다른 자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희소한 자원을 먼저 획득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기가 나쁠수록 희소한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심리학 실험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미국 뉴욕대의 한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실험에선 참가자들에게 과거와 비교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현재 경제적으로 풍요로운지 물었다. 그런 다음 M&M 초콜릿 20알을 주고 원하는 만큼 먹으라고 했다. 이때 초콜릿 15알은 동일한 색깔이었고 나머지 5알은 서로 다른 빛깔의 초콜릿이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경제 상황이 현재 좋지 않다고 느끼는 그룹이 더 많은 초콜릿을 먹었고 특히 희소한 색깔의 초콜릿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첫 번째 그룹에게는 가난했던 시기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풍요로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다음 자동판매기에 들어 있는 2개의 초콜릿(허시, 트윅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2개의 초콜릿은 가격과 내용물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한 종류의 초콜릿은 8칸에 배치했고 다른 종류의 초콜릿은 2칸에만 배치했다. 

실험 결과, 풍요로왔던 시기를 떠올린 그룹의 36%가 2칸에 진열되어 있던 초콜릿을 선택한 반면 가난했던 시기를 떠올린 그룹 중 71%가 2칸에 배치된 초콜릿을 선택했다. 이는 경기가 불황일 때 사람들은 희소한 자원에 더 집중하게 되고,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에 맞추어 기업들이 ‘독점상품’, ‘한정상품’과 같은 ‘희소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게 되는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희소성 마케팅의 4가지 원리

희소성 마케팅은 구매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PR 회사 시티즌 릴레이션즈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소비자의 60%는 *포모(FOMO)를 경험한 후 대개 24시간 이내에 구매한다고 한다. 최근의 NFT 열풍, 리셀 열풍도 이와 같은 젊은 세대의 희소성에 대한 갈망이 빚어낸 결과라 볼 수 있다. 

* (FOMO, fear of missing out)는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 또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희소성 마케팅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희소성 마케팅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1) 독점적 희소성

독점적 희소성은 ‘한정판 상품’과 같이 제품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대신 아무나 제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허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희소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명품가방, 럭셔리 자동차와 같은 경우는 높은 가격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다. 대신 해당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과시함으로 일반인과 차별화된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레벨 수준에 자신을 동기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입장벽의 종류에는 가격 외에도 특정 지위, 특정계층, 특정 커뮤니티의 회원이 될 수도 있다. 

2) 한정판 & 희귀 아이템

한정판과 희귀 아이템은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제품 공급량에 제한을 두는 희소성 마케팅이다. 한정품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차별적 지위를 얻기 위해 독특함, 비범함, 유일함에 집착한다. 이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가격, 기능, 품질이 아니라 ‘보기 드묾’이다. 

출처 : 슈프림 홈페이지

미국의 스트리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슈프림‘이 한정품으로 팔았던 ‘붉은 점토 벽돌’이다. 평범한 벽돌에 ‘슈프림’의 로고만 새기고 수량을 제한했더니 희귀한 물건이 되는 진귀한 현상이 일어났다. 판매 인기 여부를 떠나서 소비자의 이목을 충분히 끌어낸 ‘한정판 마케팅’의 극단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3) 기간 한정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와 같은 행사는 매년 성황리에 개최되고 기록적인 판매고를 달성한다. 마감일을 정해놓고 특별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기간 한정’은 긴급함을 무기로 고객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무력화시킨다. 아니 무력화시킨다기보다 만족시킨다. 왜냐 해당 기간 안에 상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고객 스스로를 “똑똑한 쇼핑객”이라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암묵적인 쇼핑 게임에서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원하는 상품을 쟁취했다는 자부심”은 설령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4) 매진 임박

‘매진 임박’은 제품의 수량,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와 의지 또는 제품을 살 수 있는 기간을 판매자가 임의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판매가 잘 되고 있는 인기 상품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FOMO)을 자극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내가 가져야 할 무엇을 선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맥박을 빠르게 뛰게 한다. 진부하지만 TV홈쇼핑에서 연일 ‘매진 임박’을 외치는 것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극복하기 어려운 심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희소성’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전략

 

1. ‘레어 아이템’ 혹은 ‘리미티드 에디션’

출처 : 크림(Kream), SNKRS 홈페이지
 

쇼핑몰에서 온라인 단독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일정기간 먼저 한정 판매 행사를 한다면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라 엄청난 트래픽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런 레어 아이템, 희소한 상품은 ‘미끼상품’이 되어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이 다른 상품에도 관심을 갖게 만든다.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을 구매하지 못한 고객이 다른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기간 한정

출처 : 유니클로 홈페이지

‘기간 한정’은 글로벌 SPA 브랜드, ‘U 온라인 스토어’가 가장 잘 이용하는 프로모션 방법 중에 하나다. 기간을 정해 일부 상품만 세일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희소하게 만들어 그동안 구매를 망설이고 있던 고객들이 해당 시간 안에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U브랜드’에서 에서 오랫동안 변치 않고 동일한 행사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프로모션이라 하겠다.

 

3. 재고현황 노출

출처 : 아마존 등 각 사이트 홈페이지

시장에서 꽤 맘에 드는 상품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제품에 다른 사람이 급한 관심을 보이면 상품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전에 구매를 하게 된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아이템을 보고 있는지 또는 상품 재고가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면 시장에서처럼 고객들은 구매 버튼을 빨리 누르게 될 것이다. 

 

4. 타임마케팅 (Deadlines)

출처 : qoo10 , 아마존사이트
 

잠재 고객에게 시간제한이 있음을 알려줌으로 지금 당장 구매할 이유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소셜커머스를 중심으로 시간을 잘게 쪼개 할인상품을 한정수량으로 내놓는 ‘타임마케팅’이 유행이다. 하지만 365일 중 120일 이상 세일을 하는 백화점의 정책이 세일을 둔감하게 만드는 것처럼 너무 빈번한 타임마케팅은 고객들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적절한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  

더불어 움직이는 타이머를 활용한다면 타임마케팅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타이머는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어 뭔가 놓치면 손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타임마케팅은 가격 인하나 추가 보너스 제공 등 빠르게 치고 빠지는 프로모션에 주로 활용할 수 있다.

 

5. 익일 배송을 위한 구매완료 시간

당일배송, 3시간 이내 배송과 같은 ‘퀵 커머스’가 유행이다. 그만큼 고객은 주문한 상품을 빨리 받아 보고 싶어 한다. 빠르게 상품을 받고 싶은 고객이라면 ‘당일배송’이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시까지 구매 건에 대해 당일배송” 이란 문구는 사이트의 신뢰도와 서비스 수준을 높여 장기적으로 쇼핑몰에 대한 고객 충성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6. 품절상품 노출 (Sold out)

출처 :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에 품절된 상품을 노출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품절상품을 노출하는 쪽이 낫다. 이는 내가 구매하려는 상품도 품절(sold out)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하고 다른 고객들도 많이 사는 쇼핑몰이라는 안정감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소성의 법칙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희소하거나 독점적일 때 그 값어치가 높아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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