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가 또…” 디올이 공개한 사진 한 장에 중국이 분노한 까닭은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중국 내 명품 브랜드의 도발이 또 재연되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 Dior’ 이 그 주인공이다. 디올은 최근 상하이 전시회에서 눈이 게슴츠레한 아시아 여성 사진을 공개해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인들은 “아시아와 중국 문화를 모욕하고 왜곡했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아직 디올은 그 어떤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브랜드들의 중국 잔혹사

명품 브랜드의 중국 심기 건드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진은 2018년 11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Dolce & Gabbana’의 상하이 패션쇼 홍보 영상의 한 장면이다. 중국 모델이 어색하게 젓가락을 사용해 이탈리아 요리를 먹고 있다. 촌스러운 스타일의 모델은 과장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일관한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행태라며 비난했다. 별다른 사과가 없던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티몰’과 ‘징둥닷컴’에서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자,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했다.

2019년 2월. 버버리가 그 다음 바통을 이어받는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대가족을 콘셉트로 제작한 광고 화보가 문제였다. 광고에 등장한 모델들의 표정이 불행하고 우울해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싹하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실제 영화 ‘장화홍련’의 표지처럼 음산한 느낌을 준다. 이에 중국인들은 “춘절이 주는 의미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며 성토했고 버버리 역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같은 해 2월. 글로벌 SPA브랜드 ‘자라 ZARA’ 역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다. 자라는 중국의 공식 SNS인 ‘웨이보’를 통해 중국인 모델 ‘징 웬’이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를 공개한다. 광고를 본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인 모델을 일부러 못 생기게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얼굴 전체를 덮은 ‘기미’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자라’는 해당 광고는 중국 만을 위한 광고가 아닌 전 세계 자라 고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역시 같은 해 4월. 패션브랜드가 아닌 유명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Leica’가 또 한번 사고를 친다. 브랜드 홍보 영상 중 한 장면에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상징, ‘탱크맨’이 등장했던 것이다. 렌즈에 흐릿하게 어린 탱크맨의 이미지는 공산당 뿐 아니라 일부 네티즌도 자극한 모양이다. 파문이 커지자 라이카측은 “공식 홍보영상 아니다” 라고 해명했지만 역시나 관련 컨텐츠가 삭제되는 등 중국내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8월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Versace’가 중국을 다시 한 번 도발한다.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티셔츠에 홍콩과 마카오를 독립된 국가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베르사체’는 이에 대한 사과와 함께 문제의 티셔츠를 전량 파기하기에 이른다.
현대 중국인들의 이상적인 미인美人 상은…?
도발, 자극, 왜곡과 같은 표현을 썼지만 사실 별 것도 아닌 일에 중국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냐 할 수 있다. 일국양제, 천안문 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은 예외로 치더라도 모델의 외모 만으로 브랜드를 ‘보이콧’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그 동안 묘사해온 중국인들은 그야말로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요소들로 점철되어 있다. 가늘게 찢어진 실 눈, 넓은 양미간에 납작한 코,거무퇘퇘한 피부톤과 촌티가 뚝뚝 떨어지는 옷차림, 거기에 왠지 모를 음산함까지…사실 현대의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은 티 없이 맑은 하얀 피부와 시원한 눈 그리고 밝은 미소이다. 예로 든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인상인 것이다.
중국의 아픈 곳만 찌르는 서구 브랜드
중국은 전 세계 1위 국가였다가 아편전쟁을 계기로 나락에 떨어진 경험을 가진 국가다. 서구열강은 중국 뿐 아니라 식민지 국민에 대한 묘사를 추하고 열등한 캐릭터로 설정했었다. 당시 만화 잡지에 눈이 찍어진 악당으로 등장하는 ‘푸 맨추(영어: Fu Manchu)’가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고착화된다.
그렇게 자존심이 심하게 뭉개져 지내던 중국이 2010년대 글로벌 넘버 2가 된다. 이에 공산당은 정치체제의 유지와 민족의 자격지심을 고취 시킬 필요를 느낀다. 그 동안 서구가 부정적으로 그렸던 중국의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관영 미디어가 앞장을 서게 된다. 자신들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서구 사회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당의 ‘프로파간다’에 힘입어 대중들도 서서히 구축된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도전은 자신을 향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논란은 의도적인 것일까? 몰라서 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을, 브랜드의 이미지나 매출에 큰 타격을 줄게 뻔한 이와 같은 실수(?)를 글로벌 브랜드는 왜 계속 반복하는 것일까? 알면서 하는 노이즈 마케팅인가? 아니면 왜곡된 시각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디올’이 본 논란으로 인해 중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의도적인 마케팅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에서 볼 때 좋은 마케팅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의식하지 못하고 하는 반복된 실수라면 이는 더 큰 문제다. 그것은 보수적인 이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구시대적인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타깃을 정하는 것이다. 페르소나를 정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 마케팅의 첫 단추인 것이다. 그렇다면 실수를 반복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타깃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본국과 서구 사회에서 먹혔던 스타일과 방법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나쁜 습관이 앞을 가려 중국인과 동양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타 문화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논란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

중국은 한국과도 김치, 한복 등 다양한 부분에서 논쟁 거리를 낳고 있다. 과도한 애국주의가 그들을 더욱 더 개방화된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음은 그들과 세계 모두가 알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고 반감이 높아지는 만큼 중국인들 간 결속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사실 이는 양국에 득 될 것이 하나 없고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바라는 바다.
타국에서 상품을 팔거나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와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 그들이 그렇게 반응하는지 그들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야만 서로가 win win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하의 마켓 상식이다.
반복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논란을 보면서 ‘중국애들 또야?’ 라고 하기에 앞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