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주말 예능 중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직원들 또는 남들이 보면 욕(?)할지도 모를 까다로운 사장님들이 나와 그들의 일상을 함께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어제 2호점을 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난 ‘송훈 셰프’ 에피소드가 방송을 탔습니다.
송 셰프는 에피소드에서 제주도 ‘애월지역’ 근방에 있는 새로운 식당 자리를 물색하고 그 공간을 소개하였는데요. 같이 간 직원들 뿐 아니라 스튜디오에 있는 패널 모두 그 황량하고 허허로움에 혀를 내두르고 맙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들은 오래되어서 귀신이 나올 것 같고, 식당 자리는 너무나 커서 ‘축사’로 써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었지요. 너 나할 것 없이 모두가 송훈 셰프의 허황된(?) 꿈을 만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송훈 셰프의 반응이었습니다.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꼭 오픈하겠다는 어떤 확고함과 결의를 보여주었지요. 그것은 그가 그동안 운영했던 서울 도심의 좁디좁은 골목 매장을 벗어나겠다는 마음. 드넓은 초원에 온 가족이 마음껏 뛰고 먹고 즐기는 유원지 같은 식당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보며 저는 송훈 세프의 판단이 굉장히 영리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꾸어놓고 있는 이때, 그의 계획과 전략은 남달라 보이기까지 했지요.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모든 영역에서 위생과 안전이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먹는 행위도 양극화될 전망인데요. 매일매일 하게 되는 일상적인 식사는 배달 주문, 간편식(HMR)과 같이 저렴하면서 편리한 식사가 그 자리를 대치할 것입니다. 대신 여행을 가거나 기념일, 이벤트 시에 하게 되는 식사에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기왕 외출하는 거 제대로 안전한 환경에서 즐겁게 먹자! 밖에서 먹는 식사라면 먹고 싶은 곳에 가서 거하게 먹고 오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성공하는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또 제공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송훈 셰프가 방송에서 이야기했던 자신이 만들 ‘미래의 매장’을 통해 잠시 살펴보면…
우선 기본기가 탄탄해야 합니다. 누구나 그 음식에 토를 탈 수 없게 맛있어야 하는 것이죠. 송훈 셰프의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가격이 약간 있었지만 맛에 있어 철저한 그의 음식에 더없이 만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 즐거움을 제공해야 합니다. 백화점이 마트가 ‘몰링’ 개념을 더해 복합쇼핑몰로 진화하였듯이 식당도 이제 먹는 것에만 머물지 말고 그 안에 엔터테인먼트를 첨가해야 합니다. ‘송훈랜드’를 놀이공원처럼 조성하겠다는 송훈 셰프의 전략은 그래서 유의미한 것이죠.
셋째, 쾌적한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제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도 의자가 따닥따닥 붙은 홀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 수준은 아닐지라도 타인과 분리된 느낌을 주는 공간 활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00평 가까이 되는 제주 2호점의 규모는 고객들로 하여금 쾌적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넷째, 직원과의 신뢰,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방송에서는 직원 기숙사가 을씨년스럽게 노출되어 송훈 셰프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5성급 호텔 수준의 직원 휴식처를 제공하리라 기대해봅니다. 더불어 송훈 셰프의 식당에는 단골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도 중요한 것이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2호점을 오픈하면서 1호점에서 일하던 베스트 직원들을 파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호점을 아는 고객들이 2호점을 방문했을 때 차이를 느낀다면 이것 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위 4가지를 정리해볼 때, 송훈 셰프의 결정이 그냥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식당의 위치도 애월읍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입지도 출연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닙니다. 대신 임대료가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방송 중에 장동민 씨가 지적했던 식당만 3개를 만드는 것에는 저도 반대입니다. 하지만 일식과 고깃집, 카페는 어느 정도 서로 간의 상승작용을 기대해볼 수 있는 카테고리 이기에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미슐랭 3 스타 매장에서 수셰프로 일했던 그의 실력과 방송을 타고 알려진 그의 인지도라면 입지와 업종의 난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겠죠?
암튼, 제주에 그의 매장이 생긴다면 어서 가서 그의 음식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네요…^^